손발이 저리면 흔히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손발이 저리다면 신경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손발 저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신경계 질환을 알아본다.
손목과 손가락에 저린 느낌과 통증...손목터널증후군말초신경병 중 손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다른 말로 수근관증후군이라고 한다. 수근관은 손목 안쪽에 있는, 인대와 뼈로 둘러싸인 공간을 말한다. 수근관으로는 손의 운동과 감각에 관여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데,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중년 여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중년 여성이 아니라도 나타날 수 있다. 임신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당뇨병 환자, 투석을 받는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손목터널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목과 손가락의 통증, 저린 느낌, 감각 저하가 있다. 정중신경은 손목에서부터 뻗어 나와서 엄지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넷째 손가락)의 2분의 1의 감각을 담당한다. 그래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정중신경이 눌리면 이 부위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저리고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손저림은 서서히 발생하고 초기에는 밤이나 새벽에 발생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 나타난다. 손을 주무르거나 털면 증상이 조금 호전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바느질이나 단추 끼우기처럼 정교한 손동작이 어려워지고 쥐는 힘이 약해져서 물건을 쉽게 떨어트리게 된다.
목·허리 디스크가 유발하는 손발저림...신경근병증신경근병증은 손발저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신경근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경질막 낭 내에 있는 말초신경이다. 감각신경인 등쪽 신경뿌리와 운동신경인 배쪽 신경뿌리로 이뤄져 있다. 이 두 신경뿌리는 경질막 낭 밖에서 합쳐져 척수신경을 이루고 등쪽 및 배쪽가지로 나눠진다. 척수에서 갈라져 나온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 뿌리에서 발생하는 신경계의 손상이 바로 신경근병증이다. 대부분의 신경근병증은 디스크(추간판)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경추 및 흉추의 추간판 탈출은 척수신경을 직접 압박하는 경우가 많고 요추 추간판 탈출은 척수신경의 끝부분을 압박하게 되는데, 바로 아래 분절의 신경근 압박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흔히 목 디스크로 불리는 경추간판탈출과 허리 디스크로 불리는 요추간판탈출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경추간판탈출의 경우 목덜미나 어깨의 통증이 동반되거나 목덜미나 어깨에서 팔이나 손까지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될 수 있고, 요추간판탈출의 경우 허리나 엉덩이의 통증이 동반되거나 허리나 엉덩이에서 다리나 발로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될 수 있다. 경추간판탈출과 요추간판탈출에서의 저림은 주로 한쪽 팔이나 다리의 일부에서만 나타난다.
손저림과 발저림이 대칭으로 발생...말초신경병말초신경병증은 팔다리를 비롯해 몸 전체에 전선줄처럼 퍼져있는 말초 신경계의 손상 때문에 발생한다. 이상감각, 감각저하, 저림증 등의 감각 증상부터 힘이 빠지는 근육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여러 개의 말초신경이 동시다발적으로 손상되는 다발말초신경병증의 경우에는 보통 저림 증상이 초기에 발바닥이나 손끝에서 먼저 나타나다가 점차 팔다리 전체로 양측 또는 대칭으로 진행하는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걷기, 달리기, 젓가락질, 글씨 쓰기 등의 기본적인 생활에도 불편함을 초래한다.일반적으로 말초신경병증의 원인들로는 △독감이나 장염에 의한 길랭바레증후군 △만성염증성다발말초신경병증 △류마티스성신경병증 △샤코트마리투쓰병 △당뇨성 신경병증 △알콜성 신경병증 △만성신부전 및 만성간염에 의한 말초신경병증 △영양결핍 또는 비타민 결핍에 의한 말초신경병증 △암 또는 항암제에 의한 말초신경병증 등이 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방법과 예후 또한 매우 다양하다.최근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당뇨성 신경병증은 엄격한 혈당조절과 대증적 약물치료를 해야 하고, 길랭바레증후군이나 만성염증성다발말초신경병증과 같은 질환들은 약물 치료를 통해 큰 호전을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