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노동으로 인한 과로, 그리고 일과 생활 속 균형의 부재로 생기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syndrome)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소개되어 이미 익숙하다. 반면,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낄 때 생기는 보어아웃 증후군(boreout-syndrome)은 번아웃 증후군에 비해 관심이 낮은 편이다.







보어아웃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업무로 인해 열정과 의욕을 잃고 도전 의식 없이 일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에 과도하게 몰두하다 쌓인 피로로 인해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2007년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필리페 로틀린(philippe rothlin)와 페터 r. 베르더(peter r. werder)의 저서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보어아웃 증후군

보어아웃 증후군을 오랜 시간 연구한 프랑스 em 리옹 경영대학원(em lyon, ecole management de lyon) 로타 하르주(lotta harju) 교수는 “보어아웃은 말 그대로 지루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목적과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보어아웃을 경험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단조로운 환경에서 동기부여가 없이 일하거나 오랫동안 도전 없이 일하는 것 등이 보어아웃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교(tu darmstadt, technische universitat darmstadt) 루스 스톡 홈버그(ruth stock-homburg) 교수는 보어아웃 증후군이 특정한 산업 분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홈버그 교수는 “편의점 직원도, 택시 기사도, 실리콘 밸리 전문직 종사자도 모두 보어아웃 증후군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주요 현상으로 ‘엄청난 무력감’,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 ‘직업과 삶의 의미에 대한 위기’를 꼽았다. 보어아웃 증후군은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20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1%인 321명이 보어아웃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보어아웃을 경험한 이유로는 동기부여가 없어서(32.5%), 쉽고 단조로운 업무(34.9%), 적성에 맞지 않는 일(34.9%)로 나타났다. 문제는 보어아웃 증후군이 단순한 업무능력 저하에만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일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 지루함과 무기력함이 지속되도록 방치하면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하르주 교수가 2014년 자신의 연구를 위해 핀란드 회사 87곳의 직장인 1만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보어아웃 증후군과 같은 만성적인 무력함은 스트레스 수치를 높였으며, 2021년 터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보어아웃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우울증 수치가 위험 수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어아웃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 수치가 매우 높았으며, 퇴근 후에도 두통과 불면증과 같은 증상을 겪었다.



보어아웃 증후군 치료

보어아웃은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보어아웃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을 때 이미 만성화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르주 교수는 “보어아웃 등 무력감에 빠진 사람은 정신적으로는 힘들지만 육체적으로는 크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르주 교수에 따르면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사무실 책상에 앉아 온라인 쇼핑이나 동료들과의 대화 등 업무 외의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행동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무력감과 무기력함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다.또한, 보어아웃을 경험한 사람은 직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보인다. 하라주 교수는 “보어아웃이 단순하게 업무에만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성장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보어아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고 업무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직장 내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을 찾는 등 무기력함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찾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