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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이 ‘비흡연자의 폐암’ 유발?...오염물질이 암유발 돌연변이 활성화시킨다

현지시각으로 26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의 대기오염을 이유로 독일 정부가 고소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등에 거주하는 7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고소인단은 "독일 정부의 대기질 관리는 실패했다"라고 비난하며, 독일 주요 도시들의 대기 오염 수준이 심각해 자신들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정한 허용 기준치보다 4~5배 높은 오염물질을 매일 마시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오염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이번 사건은 독일에서 개인이 인권침해를 문제삼아 정부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고소로, "시민은 건강에 문제를 유발할 정도의 오염 수준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ecj) 대변인의 발표에 근거해 진행했다. 당시 대변인은 "과도하게 오염된 대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정부로부터 보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정부도 대기질 관리에 실패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프랑스 정부는 대기질 관리 실패로 인해 프랑스 최고법원으로부터 1000만 유로(약 138억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적 있다.

이번 고소인 중 한 명인 볼커 베커-바타클리아커(volker becker-battaglia)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하며, "대기오염은 우리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라고 이번 고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해 전 세계에서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



대기오염, 비흡연자의 폐암 유발해

최근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오염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 연례 학술회의에서는 대기오염과 폐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간 비흡연자에게서 발병하는 폐암이 대기오염과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진 적은 없었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 찰스 스완턴(charles swanton) 박사와 그 연구진은 영국인과 한국인, 대만인이 포함된 46만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유전자에 암유발 돌연변이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추가적인 동물실험을 통해 미세먼지 노출이 egfr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발암 인자인 케이-라스(kras) 유전자에도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돌연변이가 노화로 인해 건강한 폐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폐암과 대기오염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진은 대기 중 오염물질이 이미 세포 속에 잠복하고 있는 암유발 돌연변이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유발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초미세먼지의 오염입자에 노출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암세포로 변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똑같은 돌연변이를 지닌 세포를 대기 오염에 노출시켰더니, 대기오염에 노출되지 않은 세포보다 암세포로 더 빠르게 변화했다"라고 전했다.



대기오염, 치매의 원인

대기오염은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은 "대기오염 물질인 오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항은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 발병에 큰 영향을 준다"라고 말하며, "치매 고위험군이라면 공기청정기를 구비하고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대기질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또한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진은 아포지질단백질 e(apolipoprotein e, apoe)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초미세먼지에 계속 노출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16% 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